안녕하십니까.
제29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이의주입니다.
2,000명 증원에서 계엄에 이르기까지, 전공의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배제되었고 처단의 대상으로 내몰렸습니다. 현장을 지켜온 당사자의 의견은 어디에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희망을 잃고 꿈을 포기하는 동료들을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함께 시작한 자리로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이들도 있습니다. 당시에 느꼈던 분노와 무력감은 여전히 깊이 남아 있습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개혁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채 여러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역과 필수, 공공을 앞세운 외침 속에서 우리의 목소리는 닿기 어렵습니다. 참여의 문은 넓어졌으나 정해진 결론을 확인하는 자리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책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은 결국 현장입니다.
그러나 침묵으로는 무엇도 바꿀 수 없습니다. 정부와 국회, 유관 단체를 상대로 전공의의 요구를 꾸준히 전달했습니다.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그 결과 연속 수련시간 상한이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되었고, 수련에 투입되는 예산의 규모가 확대되었습니다. 기입영자와 입영대기자의 수련 연속성 보장을 이끌어냈으며,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배상보험 지원이 이루어졌습니다.
협회 안에서도 변화의 토대를 다졌습니다. 수련실태조사를 정례화하고 종단비교를 더해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을 설립하고 정책브리프 발간과 보호수련시간 연구를 이어가며 정책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사단법인화와 젊은의사협의회 발족으로 조직의 대표성과 지속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분명합니다. 의료 인력 양성은 개별 병원의 몫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입니다. 수련에 필요한 재정을 국가가 부담하는 구조로 넓혀가겠습니다. 보호수련시간을 보장해 역량 중심 교육으로 전환하고, 대체인력 체계를 구축해 업무 부담을 줄이겠습니다. 이와 함께 남은 과제들도 하나씩 풀어가겠습니다.
수련에만 머무르지 않겠습니다. 전공의가 마주하는 문제는 의료 제도 전반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현장 전문가이자 미래 의료를 감당할 세대로서 여러 현안에 의견을 내겠습니다. 논의가 이루어지는 자리에 참여해 젊은 의사의 시각을 전하겠습니다.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전공의 선생님들께서 보내주신 신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회무로 답하겠습니다. 판단에 앞서 의견을 듣고, 논의 과정과 결정 배경을 투명하게 공유하겠습니다. 협회를 움직이는 힘은 선생님들의 관심과 참여에 있습니다. 항상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9월 1일
제29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이의주 올림